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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에게 별안간 생기는 스승

이신학 아시아투데이 부장 | 기사입력 2022/10/26 [20:31]

프로선수에게 별안간 생기는 스승

이신학 아시아투데이 부장 | 입력 : 2022/10/26 [20:31]

 

 

음악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지도하는 선생님의 존재는 음악가로서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너무나 큰 존재이다.

 

음악가에게는 자신을 지도한 선생님의 네임밸류가 일생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건 필연이다. 성공한 음악가들의 프로필에는 응당 아무개 선생에게 사사 했다는 이력이 적시되는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를 은사 또는 스승이라 칭한다. 자 이제 이 음악가가 프로 음악가가 되어 한 교향악단에 입단했다 치자, 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부터 객원지휘자까지 다양한 지휘자들이 거쳐가며 지휘자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에 맞게 악단의 성향을 변화 시킨다.

 

여기서 악단의 그 누구도 지휘자를 자신의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고, 칭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음악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프로이고 다만 그들을 통솔하는 지휘자의 연주스타일의 요구와 주문에 부응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기사를 읽다가 종종 프로축구 선수가 자신이 몸 담던 팀을 떠나 새로운 팀으로 이적할 때 '정든 스승 떠나다'라는 표현을 보게 된다. 기자는 아마도 프로팀의 감독이나 코치를 선수를 가르치고 키워내는 은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어느 순간 개념이 약간 떨어지는 기자의 자극적인 단어(스승과 제자) 선택이 먹혀들어 유행어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물색없는 표현인건 틀림 없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철저한 차등적 연봉을 받는 프로축구 선수는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의 전술과 운영의 묘에 따라 출전한 경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내야 한다.

 

프로선수는 감독의 고함과 손짓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경기장을 누벼야 한다. 마치 지휘자의 지휘를 받는 악단의 단원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자주 이들이 뜬금없이 사제지간으로 엮여져 버리는 보도를 접하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초·중·고 선수 시절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시기에는 감독이 곧 스승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명색이 프로팀에서 뛰는 대부분 기량이 만개한 선수에게 감독이라는 존재를 스승이라고 칭하는건 단언코 난센스다.

 

국가대표 선수로 차출된 신예 선수들은 큰 경기를 치르면서 안목과 기량이 급격히 향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이 대목에서 벤투 감독이 갑자기 스승으로 둔갑하는건 모순이다. 

 

왜냐하면 반대로 경기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벤치만 달구다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선수는 자신감 상실과 의기소침으로 기량 저하가 오기도 하는데 이것도 스승 벤투의 지도 덕분이라는 역설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비약해서 이적료 수백억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새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저조한 성적에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경우, 감독이 선수에게 해 줄 수 있는건 훈련방법의 권유, 심리적 격려 또는 실망감을 드러내다가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정도의 선택지 밖에 없다. 

 

스승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는 지휘자이기때문이다. 기량이 완숙기에 접어든 프로선수 스스로 철저한 몸관리와 재기의 의지를 불사르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프로세계에서는 어디에도 스승은 없다. 연습을 게을리한 첫 날 본인이 느끼고, 둘째 날 감독이 알고, 셋째 날 관중이 실망하는 수순만이 있을 뿐이다.

  

언론들이 이제 더 이상 모든 종목의 프로선수들에게 유년기·청소년기 스승 외에 강제로 스승의 인연을 맺어주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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