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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 훑어보기' 2화 - 세 손가락으로 꼽는 바이올린 협주곡

브런치 작가 푸르름 | 기사입력 2021/09/01 [23:00]

'서양음악사 훑어보기' 2화 - 세 손가락으로 꼽는 바이올린 협주곡

브런치 작가 푸르름 | 입력 : 2021/09/01 [23:00]

서양음악사에서 대작 좀 만들었다고 이름 꽤나 날리던 작곡가들은 거의 대부분 '협주곡' 장르에 어김 없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은 빼 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명곡으로 칭송 받는 곡만 수 십 곡에 이르고 있다.

 

음악 애호가들은 이 부분에서도 추리고 분류하고자 하는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4대 협주곡'이다 해서 분분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필자도 이 현상을 깔끔하게? 교통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3대 바이올린 협주곡에 어떠한 곡이 선정돼야 하는지 아는 소리 좀해보기로 하겠다. 

 

일단 3대 협주곡에 손 꼽히는 후보들은 베토벤, 멘델스죤, 브람스, 챠이콥스키의 작품들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통상적으로 두곡 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인색하게 단 한 개의 작품만을 남긴 공통점이 있는 이들의 작품들은 단연 으뜸 작품이라는 게 세인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문제는 이들 네 후보의 작품 중에 누구인가 하나를 탈락시켜야 소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이상한 잣대에 구색을  맞추게 된다.

 

먼저, 선두주자 베토벤의 D장조 협주곡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지지에 누구나 이견이 없다.

 

베토벤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논리 정연하게 전개되는 1악장과 교향곡 7번의 2악장의 멜로디를 변형시킨 듯해 초심자들을 상당기간 헷갈리게 만드는 2악장, 처음 들어봐도 이건 베토벤이라고 단정 짓게 만드는 3악장... 그야말로 완벽한 곡이다.

  

베토벤의 협주곡을 아담이라 칭한다면 이브라 불리우는 다음주자 멘델스죤도 상당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표를 확보, 2인자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음악가 치고는 보기 드물게 부유한 집안 환경의 영향으로 멘델스죤의 협주곡은 섬세하면서도 화려하며 낙천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협주곡이 오케스트라의 장황한 주제 제시에 이어 빠꼼히 얼굴을 내미는 바이올린 독주부분의 전개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멘델스죤은 1소절의 현악 분산음에 이어 곧바로 애절한 바이얼린 선율이 흐르게 하고 전 3악장에 걸쳐서 사연 많은 아름다운 선율을 쉼없이 연주하게 하는 독특한 점이 있다. 

 

문제는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브람스와 챠이콥스키다. 

 

브람스는 처음 막스 브루흐의 협주곡을 접한 계기로 "저 정도의 곡이라면 나도.." 하고 자신 만만하게 스코어를 써가기 시작했다 한다.

 

곡의 구상도 파격적으로 4악장의 형식을 선택해 작곡을 진행했으나 결국은 의욕만 앞세웠지 협주곡의 전통양식을 택하게 된다. 

 

브람스가 특유의 우수에 찬 멜로디와 언제나 중용하는 말 많은 현악부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지층을 얻고 있는 반면, 챠이콥스키는 협주곡 초연당시 감당하기 힘든 혹평을 동반한 대 실패를 경험했다. 

 

강렬한 슬라브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많고 유감없이 발휘된 오케스트레이션이 당시의 청중들에게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는 부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에 와서 대체적인 추세는 챠이콥스키의 판정패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브람스와 챠이콥스키중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둘 다 흉내낼 수 없는 탁월한 솜씨로 거장다운 곡을 빚어냈고 후대 청중들이 그 작품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 중 극적이고 다이나믹한 오케스트라 연주부분을 높게 샀는지 가전 모 사(社) TV광고에서 픽 했다는 건 참고적으로 언급하겠다.

 

사실 지금까지의 이러한 논의는 부질없는 일이다. 애호가에 따라서는 브루흐의 협주곡이, 사뮤엘 바버의 그것이, 벨라 바르톡의 그것이 더 좋게 들릴 수도 있다.

 

다분히 주관적인 선입견으로 곡의 가치를 먼저 정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듣는 이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음악이 바로 그만의 3대 명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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